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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 나는 왜 디퓨저를 구매할 수 밖에 없었나 2

rudy K 2024. 3. 11. 23:52
 

[생각 정리] 나는 왜 디퓨저를 구매할 수 밖에 없었나

한강진에 있는 블루 스퀘어에 갔다. 친구들과 한남-이태원-해방촌을 산책 할 겸 블루 스퀘어 3층에 있는 '북파크 라운지'에 가서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몇달 전에도 여자친구와 같은 코스로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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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는 왜 디퓨저를 구매할 수 밖에 없었나' 라는 글을 쓴 이후로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생각을 되짚어 보니 나는 처음 가게를 둘러 볼 때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그냥 사장님이 시키는대로 목 뒤에 아로마 오일을 탄 물을 뿌리기도 하고, 귀 안에 페퍼민트 오일을 바르기도 하면서 열심히 체험만 했을 뿐, 구매하지 않고 북카페로 올라갔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나오는 길에 나를 구매하도록 이끌었을까?

 

한참 고민한 끝에 정답을 찾았다.

사장님은 고객의 경험을 설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귀에 페퍼민트를 바르라고 시키면서 사장님이, '바르면 시원해지면서 집중력이 올라갑니다' 라고 하셨던 것 같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그런류의 의미였다.) '그렇구나, 페퍼민트는 시원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가볍게 넘기면서 북카페에 들어가 읽을 책을 고르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소파는 푹신하고, 히터를 튼 실내는 따뜻하고, 여자친구는 옆에서 잠이 들고, 원래 패턴대로라면 나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해야하는 타이밍이었다. 심지어 집중력도 좋지 않던 시기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말똥해서 이상할 정도였다. 졸릴 틈도 없이 목 뒤에 뿌린 아로마 용액과 귓 속의 페퍼민트가 내 정신을 깨웠다. 책을 읽으면서 '사장님 말씀대로 진짜 페퍼민트가 집중력에 도움이 되나보다'하고 생각했다. 제품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것이다.

그러고 나니 그 전에는 흘려듣고 왔던 다른 제품들의 효과도 절로 궁금해졌다. 받아온 팸플릿을 열고 이 향, 저 향 살펴봤다. 레몬그라스가 곰팡이 향을 잡는데 좋다고 적혀있었다. 한창 집에서 나는 악취로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고, 나는 단숨에 구매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렇다, 나를 움직인 건 사장님의 열정도 뛰어난 언변도 아닌, 제품을 사용하고 얻은 신뢰였다. 사장님은 북카페로 통하는 유일한 길목에 서서, 고객이 내 제품에 만족할 수 밖에 없는 경험을 설계한채로 타겟이 정해지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설령 의도한 것이 아니라하더라도 사장님의 열정과 제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런 설계를 이끌어냈다. 거기다 그 위치에 제품을 전시할 수 있는 운까지 따라왔을 것이다.

 

이렇게 또 하나 사장님께 배웠다. 제품쟁이라면 내 제품을 사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고객이 스스로 기꺼이 행동하게 만도록 경험을 설계해야 하나보다. 물론, 제품이 그만큼 충분히 가치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이겠지만 말이다. 제품도, 경험 설계도, 열정도 모두 리마커블 했기 때문에 사장님은 퍼플 카우를 얻어내고야 말았다. 나는 스니저가 됐고, 사장님의 디퓨저는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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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혹시나 해서 밝히지만 나는 어떤 것도 제공받지 않았고, 사장님과 어떤 친분도, 관계도 없다. 그저 좋은 가르침을 얻었을 뿐.